앨리스 먼로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해설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가 쓴 단편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부터 발췌한다. 어제 밤 '정령들의 춤'(글룩)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운이 깊다. 



Orphée et Eurydice, Wq. 41, Act I: Dance of the Blessed Spirits (Arr. Siloti for Piano) https://youtu.be/hJVEbuaOEz4

마살레스 선생님이 또 파티를 여는가 보다.(음악을 아끼는 순수한 열정에서인지 워낙 잔치를 몹시 갈망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선생님은 연주회라고 부르는 법이 없다.)

피아노 연주는 대개 음정이 불안하고 박자를 놓치는가 하면 소리는 둔탁하고 맥없이 울렸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주위를 환기하기라도 할 듯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생기발랄하게 터져 나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살레스 선생님은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아이들을 대했기 때문이고, 고지식한 이상주의자의 인자함은 선생 노릇을 하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없이 자상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는 투로 지적하는 것 말고는 꾸중이라는 걸 할 줄 몰랐고 칭찬할 때는 허무맹랑하리만큼 치켜세우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니 보기 드물게 열심히 노력하는 제자조차도 훌륭하다 할 만한 실력을 익히지 못했다.

그러나 대체로 그 시절에는 모임을 하면 모두 하나로 뭉쳤고, 전통이 있었으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구식일망정 그 나름의 양식이 있었다. 무엇 하나 예상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인간계 너머의 아련한 세상처럼 꾸민 그 방(작약과 조팝나무의 꽃잎이 떨어져 쌓인 듯한 효과를 내려고 마살레스 선생님이 손수 피아노 위를 풀솜으로 장식했으나 솜씨가 좋진 않았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위안이 되었다.

벽난로가 없어서인지 장작 받침쇠는 보이지 않고, 피아노와 어느 정원에서 꺾었는지 모를 작약과 조팝나무 꽃다발이 있다. 거실이 워낙 코딱지만 해서 혼잡해 보이는 것이지, 사실 그곳에 있는 사람이라야 아이들까지 합쳐서 채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4)."이라고 마살레스 선생님이 대답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모르는 이가 없도록 당스 데 옹브레 외뢰즈(Danse des ombres heureuses)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도대체 왜 딱한 마살레스 선생님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분명코 하고도 남을 이 상황에. 그건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우리를 방해하기 때문이고, 그 음악은 선생님이 사는 저쪽 나라에서 보낸 코뮈니케5)이기 때문이다.

4) 독일의 작곡가 글루크(1714~1787)가 그리스 신화‘오르페우스 전설’을 소재로 작곡한 3막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나오는 발레곡을 편곡한 피아노곡.

5) 문서에 의한 국가의 의사 표시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외교상의 공문서, 정부의 공식 성명서 따위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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